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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적인 사랑의 열매 (IV)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기사입력  2016/05/23 [14:25]
▲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그렇게도 고대하던 박사학위를 받고도 남편은 고국에 돌아와 대학 강단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해 무직자로 8개월을 보내게 되었다. 맹인이 어떻게 눈 뜬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을 가르치고 논문지도를 할 수 있겠느냐며 어디에서도 남편을 채용해주지 않았다. 무직자인 박사 남편, 아직 어린 진석이, 갓 태어난 진영이, 그리고 나 이렇게 네 식구가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형편이었다.
 
장학금으로 지급되던 생활비가 졸업과 동시에 끊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망하지 않았다. 졸업과 동시에 만료된 유학생 비자를 다시 살리기 위해 남편이 포스트 닥터란 프로그램에 들어갈 때의 일이다. 오도 가도 못하고 막다른 골목에 배수진을 친 남편의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오히려 담대하게 말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반드시 현재의 고난을 성공의 도전으로 바꿔주실테니 인내하며 좀 더 기다려 봐요. 부디 아무 걱정 말고 연구에 몰두하고 직장 찾는 노력이나 계속하세요.”
 
지금도 남편은 당시 자신의 고통을 함께 하면서 그러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해줄 때가 가장 고마웠다고 말한다. 하루는 나의 격려가 통했는지 남편이 면접을 다녀오더니 취직이 되었다고 말했다. 기적이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면접을 보았지만 번번이 영주권이 없어 채용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일단 학생비자로 취직이 된 것이다.
 
남편은 인디애나주 정부 교육부에 근무하게 되었다. 인디애나에 도착해 남편의 첫 출근과 함께 나는 운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언 30년이 흘렀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그동안 무사고 운전으로 남편을 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편은 인디애나주 정부 교육청에 근무하면서 저녁에는 노스이스턴 일리노이대 대학원에 출강하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로터리 클럽 회원으로 매주 주회에 참석하는 것을 비롯해 왕성한 사회활동을 했다. 그때마다 나는 운전사 역할을 해야만 했다. 어쩌다 병이라도 나서 내가 누워버리면 일상생활의 리듬이 깨질텐데 다행히도 그런 기억은 없다. 아마도 내조하는 기쁨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보람이 엔돌핀을 나오게 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그대의 지팡이, 그대는 나의 등대>
남편이 인디애나에서 직장생활을 한 지 2년 가까이 되던 1987년 9월, 유학을 떠난 지 6년만에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때 한국 언론은 “우리나라 최초 장님박사 탄생”, “한국 최초 맹인박사 금의환향” 등의 제목으로 남편의 귀국을 대서특필했다. 그때 그 기사를 본 연세대 윤형섭 교수가 조선일보에 “평균점수”라는 제하의 칼럼을 썼다.
 
내용인즉 앞 못 보는 장님이 박사가 되었다기에 기사를 읽어보니 그 뒤에는 남편의 유학 뒷바라지를 하며 석사학위교사까지 된 부인의 희생적인 사랑과 내조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으며 이는 한국 여성의 평균점수를 올려주었다는 것이다.
 
1983년 6월 5일은 남편이 최초로 국제무대에 등단한 날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국제 로터리 세계대회에서 그가 연설을 한 것이다. 23년이 지난 오늘도 나는 그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1만 6천여 명의 세계 민간 지도자가 모인 단상으로 남편을 안내하는데 연설자도 아닌 내가 극도로 긴장해 떨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는 수많은 군중의 시선을 볼 수 없어서인지 그다지 긴장하지도 않고 연설을 했다. 그리고 남편은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국연방정부 공무원은 450만 명에 달한다. 그 중 2500명이 대통령의 임명을 받으며 그 중 500명은 상원인준까지 받아 이름 앞에 “Honorable”이란 타이틀이 붙는다. 먼 이국땅에 유학 와서 이민자로 정착한지 사반세기(25년)만에 남편은 “Honorable”이라는 경칭이 붙는 연방정부 최고위공직자가 되었다.
 
대통령 직속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의 지팡이가 되어 부시 대통령 앞으로 그를 안내할 때 느낀 감회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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